신라 제29대 태종대왕은 김춘추(金春秋)이다. 왕의 비는 문명황후(文明皇后) 문희이니 바로 김유신 공의 손아래누이다. 왕이 문희를 맞아들이기 전의 일이다.
문희의 언니 보희는 어느 날 밤 서악(西岳)에 올라가 방뇨를 했더니,
온 서울에 오줌이 그득히 차 오른 꿈을 꾸었다.
아침에 일어나 동생 문희에게 그 꿈 얘기를 했더니 문희는
"내가 그 꿈을 사겠다"
"무엇을 주겠느냐?"
"비단치마면 되겠지?"
언니는 좋다고 승낙했다. 문희는 언니 보희 쪽을 향해 옷깃을 벌리고 꿈을 받아들일 자세를 지었다.
보희는,
"지난밤의 꿈을 너에게 넘겨준다"
고 외쳤다.
동생 문희는 비단치마로 꿈값을 치렀다.
문희가 그 언니 보희에게서 꿈을 사고 난 뒤 열흘쯤 되는 정월 보름날이다. 문희의 오라버니 유신은 바로 자기 집 앞에서 춘추와 함께 축국(蹴鞠)을 하고 놀았다.
유신은 짐짓 춘추의 옷을 밟아 그 옷고름을 떨어뜨려 놓고는 자기 집에 들어가 꿰매도록 하자고 청했다. 춘추는 유신의 청에 따라 그의 집으로 들어갔다. 유신은 그 누이인 보희에게 춘추의 옷고름을 꿰매 주라고 말했다.
보희는, "어찌 그런 사소한 일로 귀공자를 가까이 하겠는가?"라며 사양했다
(古本에는 보희가 病으로 나오지 못했다고 했음).
그러자 유신은 문희를 시켜 춘추의 옷고름을 달아 주게 했다. 춘추는 유신의 그 의도를 알아채고 마침내 문희와 상관했다. 후에 문희가 임신하자 장차 불태워 죽인다고 하면서 소문을 내어 마침내 김춘추와 결혼케 하였다.---삼국유사.
이는 장차 일어날 일을 보여주는 예지적 성격의 꿈이 짙게 나타나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 이 경우의 꿈은 현실에서 매몽의 절차를 거쳤을 뿐, 언니가 꾼 꿈은 자신에게 실현될 꿈을 꾼 것이 아니라 동생에게 일어날 일을 대신 꿔준 것에 불과하다. 즉, 아내가 남편에게 일어날 일을 대신 꿔 주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생각해보라. 시어머니나 친정 어머니가 태몽꿈을 꾸었다고 해서 다 늙은 사람이 아기를 낳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태몽꿈의 경우에 친분있는 (관심있는) 다른 사람이 대신 꾸어주는 것 뿐이다.
